서론
7월 19일부터 시작된 교육이 지난 12월 17일 부로 막을 내렸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이란, 패스트캠퍼스를 통해 진행한 K-Digital Training(이하 KDT) AI기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과정을 말한다.
그 과정 동안의 후기를 짧게나마 써보려고 한다.
내가 KDT를 시작하기 전인 여름(정말 더웠다....), 그 때는 다른 기관들이 아직 KDT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던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별로 후기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건지, 후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의 이번 KDT의 경험을 후기로 남겨보도록 하겠다.
처음부터 말하고 시작하는데, 이 과정을 추천하기 위해 쓰는 글은 절대 아니다. 그저 솔직하게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들을 적고 앞으로의 KDT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본론
1. 기간
2021.07.19 ~ 2021.12.17
시간은 매일 13시부터 22시까지. 식사 및 휴식시간이 18시~19시
거의 딱 5개월간이였다.
2. 훈련지원금
아무래도 국가 지원 사업이다보니 얼마간의 훈련지원금이 지급되는 코스이며, 1개월씩이니 총 5번의 훈련지원금이 지급되어야 하지만, 이 글을 작성하는 12월 19일 기준으로, 아직도 10월 이후의 두 번의 훈련지원금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HRD 시스템상에 문제가 있다나 뭐라나...)
3. 코스내용
실제로 맨 처음에 이 교육이 시작될 때 제시되었던 커리큘럼으로부터 조금 변경된 사항은 있는데, 실제 내용은 아래와 같다.
Python 프로그래밍 활용, Python 라이브러리 실전, 웹크롤링 실전, Toy 프로젝트: 웹크롤링, SQL과 데이터베이스, EDA, 머신러닝 입문, 데이터 전처리, 머신러닝 모델링, 딥러닝 입문 & 실전, 자연어처리, Computer Vision, 추천시스템, 파이널 프로젝트
후........이 내용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많다.
4. 후기
(1) 필요없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일단 이 과정을 들어올 때의 심사과정에 Python이나 머신러닝과 관련된 기초적인 테스트를 진행해서 정원의 200%에서 120%까지 추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 초반에 파이썬 기초와 라이브러리 실전까지 들어있다.
내 생각에는, AI에 초점을 맞출 거면, 파이썬을 애초에 아는 사람을 뽑고 최소한 SQL과 데이터베이스 이후의 과정만 진행했으면 어떨까 싶다. 특히 Python 기초와 웹크롤링에 쓴 약 열흘 정도의 시간은 정말 아까웠다.
(2) Computer Vision(이하 CV)과 자연어처리/추천시스템을 아예 두 갈래로 나눴으면 어떨까 싶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파이널 프로젝트에서 CV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은 총 8팀 중에 내가 속한 팀 한 팀 뿐이였고, 대부분이 자연어처리 쪽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자연어처리 쪽에 관심을 가진 수강생들은 CV에 거의 관심이 없었으며, 내가 진행했던 팀은 반대로 자연어처리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분야 특성상 강사는 다른데 과정은 양쪽 모두 듣게 되고, 여기에 시간이 1개월 반 정도가 소모되었다.
이 코스가 진행되면서, 딥러닝 입문 & 실전 까지는 아무래도 필수인 내용이다 보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수강생은 없었으나, 자연어처리 쯤부터 슬슬 커리큘럼 진행에 대한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말하면 자연어처리도 CV도, 어느 한 쪽에만 시간을 쏟는다 해도 몇 년은 걸리는 내용인데, 둘 다 정말로 수박 껍질을 겉만 핥다 마는 느낌으로 진행이 되어서, 이 때부터 인강을 듣는 시간에는 대체학습을 하는 등의 내용으로 진행이 되기도 하였다.
(3) 패스트캠퍼스는 흔히 말하는 국비교육에 진심이 아니다. 이번 코스의 경우, 5개월간의 수강료가 실제로는 약 680만원이였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이 코스의 매니져는 학부생 인턴이였고, 클래스 매니져 또한 거의 임시로 채용 된 것에 가까운 직원이였다. 또한 코스의 수업시간 중 반 이상이 패스트캠퍼스에서 기존에 판매되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시간이였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교육 수료 시에 반드시 적어야 하는 HRD의 후기에도 그대로 작성하였다. (나랏돈은 눈 먼 돈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4) 5개월로는 절대 AI 기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양성될 수 없다. 실제로 AI 분야는 석사를 하고 박사를 하며 몇 년을 투자해야 겨우 1인분의 일을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된다.는 걸 코스 중에 많이 느꼈고, 이 코스에서 가장 수고해 주신 김용담 강사님도 항상 말씀하신 내용이다. 딥러닝만 해도 최소 2년은 열심히 준비해야 되는 분야다.
(5) 강사가 그나마 좋았다. 우리를 주로 이끌어 주신 김용담 강사님은 원래 AI 교육을 업으로 하고 계신 분이기도 하고, 자연어처리 쪽으로 석사를 따기도 하셨고, 교육에 진심인 분이라, 적어도 이 코스를 하면서 이 분을 알게 된 것만은 좋게 생각하고 있다. 매우 상냥하고 멋진 분이시다.
(6) KDT를 하는 기관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검색만 해봐도 정말 수두룩하게 나온다. 알고 있는 기관만 해도 벌써 몇 군데인지.
게다가 내용도 거의 비슷하다. 기존의 코딩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코딩이나 AI 같은 최신 기술들에 관심이 높다보니 KDT 마저도 포화상태다. 그러면 그 안에서 이기려면 이걸 진행하는 교육사도 잘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수강생한테 직접 돈을 받는 게 아니라 국가 세금을 받는 것이다 보니, 어중간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든다. 솔직하게 이 과정 동안에 다른 곳에서 KDT 교육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네이버나 카카오가 하는 게 아니면 다들 거의 비슷한 스탠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7) 우리는 1기생이였다. 듣기로는 2기에서는 이번 1기의 커리큘럼에서의 반성할 부분을 반영하여 어느 정도 커리큘럼이 조정이 되었다고는 들었다. 뭐든지 항상 시즌1보다 시즌2가 좋아야 하는 법인데, 이번 시즌2도 여러가지 이유로 순탄치는 않다고는 한다.(이건 내가 소속이 아니므로 말을 아끼겠다.)
(8) 전체 716시간 중 미니프로젝트, 파이널 프로젝트 등의 프로젝트 기간을 제외하고 순수 수강 시간 중 절반 이상이 패스트캠퍼스에서 판매하는 기존의 인터넷강의들을 듣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강사님 외에 짧게짧게 등단하셨던 몇 분의 강사님이 직접 강의하는 시간 말고는 누구한테 질의응답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물론, 김용담 강사님의 경우 거의 담임선생님 비슷한 포지션이시기도 하고, ML과 DL 모두 평소에 폭넓게 강의하는 분이시다 보니 슬랙에서 질문하면 좀 늦을 때는 있을 지언정 반드시 답은 잘 해주셨다.
(9) 시작했을 때 수강생은 25명이였는데, 마지막 날 시점에서는 7명이 이탈해 18명이 수료했다.
취직을 해서 이탈한 사람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한 이탈자도 있었다. 5개월이라는 기간은 거의 1년의 반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생 전체로 따지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적어도 이러한 국비교육을 받으려면 끈기가 필요하다.
(10) 출퇴근(?) 과정이 정말정말 귀찮았다. 아무래도 국가지원 사업이다 보니 행정 쪽에 증빙을 남기려면 어쩔 수 없다는 측면이 있다는 이해는 한다.
과정은 이렇다. 일단 13시에 QR을 찍은 뒤 게더타운에 모여서 웹캠을 켜고 CM(클래스 매니져)가 단체 출석 스샷을 찍는다. 그리고 식사시간을 마친 19시에 확인QR을 찍고, 또 게더타운에서 스샷을 찍는다. 마지막으로 22시에 퇴실QR을 찍고, 스샷을 또 찍는다.
나중에 가서는 조금 간소화 되어 19시에 QR을 찍는 건 사라졌고 스샷만 진행했다.
어쨌든 상당히 귀찮지만 이 모든 걸 매일 하지 않으면 공결(백신접종 등의 병가 포함)이 아닌 이상 이유막론하고(간혹 까먹었다고 하더라도) 그 날은 결석처리 되었다. 나는 단 하루 입실QR을 늦게 찍어 지각이 된 것 빼고는 다 정상 출석했다.
(11) 단 하나 좋은 점이라면, 수료를 하게 될 경우, 패스트캠퍼스에 기존에 존재하는 인터넷 강의를 6개월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지금의 경우 이미 수료를 하였기 때문에 강의들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카테고리로 치면 프로그래밍, 데이터사이언스, 비지니스(업무 생산성), 마케팅, 파이낸스, 크리에이티브, 외국어 등으로 꽤 많은 양의 강의가 6개월간 무료제공된다. 이번에는 우리 코스의 마지막 주가 할 게 없는 주다 보니 내가 일찍 열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12월 10일부터 내년 6월 10일까지의 6개월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프로그래밍 쪽에는 JS나 Python을 필두로 앱개발(Flutter, React Native, iOS, 안드로이드)도 있고, 외국어 카테고리에서는 무려 터키어와 인도네시아어까지 열어준다. (신기하게 일본어는 없다. 정말 없다. No Japan!!)
이건 좋은 점이다.(거의 유일한 장점)
결론
서론에서 이야기 했듯, 나는 이 과정을 추천하지 않는다.
AI를 처음부터 공부할 수 있는 길은 2021년에는 이미 많이 열려있다. 재직하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재직중이 아닌 사람이라도 혼자 여러가지 책을 보고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 코스의 마지막 수료자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좋은 동료를 만났지만, 다들 갈 길도 제각각이다.
그냥 혼자 해라. 그래도 된다.